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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워너비의 인생 영화

영화 미션, 아름다운 음악, 장엄한 풍경, 숭고한 희생

by RG워너비 2024. 5. 11.

 

1. 영화보다 유명한 주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

제대로 다루는 악기는 하나도 없지만 좋아하는 곡을 능숙하게 연주하고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요즘엔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대학에 다닐 때는 틈날 때마다 음악관을 찾아가 잘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렇게 만났던 곡이 영화 <미션>의 주제가인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입니다.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닌지라 거의 악보에 맞는 피아노 건반을 치는 순서를 외우는 정도였지만 그만큼 힘들고 또 재밌기도 했습니다. 제가 영화보다 먼저 주제가를 만났던 것처럼, 엔니오 모리코네(Enn io Morricone)의 주제가는 영화보다 더 유명하기까지 합니다. 최근에는 원래의 이름보다 가사를 붙여 넬라 판타지아로 더 유명해진 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불러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과수 폭포 앞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가브리엘 신부와 그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음악이라는 연출로 더욱더 상징적이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했으며 감동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바로 영화의 주제인 신앙, 구원, 문화적 갈등을 한 장면에 다 표현해내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영혼을 감동시킨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장면에 타고 흐르는 나직하고 고요한 오보에의 선율은 영화의 주인공인 가브리엘 신부의 본질을 알게 합니다. 기독교를 전혀 알지 못하고 거부하는 낯선 땅에 파견된 선교사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 연민, 내면의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음악이 있습니다. 영화의 메인 테마인 '미션'이라는 곡인데, 강력한 오케스트라 편곡과 남미의 전통 악기인 과라니를 결합하여 영화가 추구하는 문화의 조화를 연출해냅니다.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파란 눈의 외국인 선교사의 사명(Mission)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 OST가 얼마나 중요하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지의 표본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담>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을 더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다음의 영화도 함께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명작이죠.

 

소년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 영화 시네마 천국 추천

1. 1990년도 명작 영화, 시네마 천국요즘은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으로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OTT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화를 보는 게 가능해졌지만, 옛날에는 극장 아니면 비디오 대여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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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 시티 오브 조이, 인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

1. 인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한참의 세월이 지나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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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정한 기독교인은 누구일까요? 영화 줄거리

1986년에 개봉한 <미션>은 롤랑 조페 감독이 연출한 영국 영화입니다. 18세기 남아메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종교를 초월한 진정한 인류애와 사랑의 실천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5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습니다.
 


남아메리카의 정글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가브리엘 신부(제러미 아이언스 분)는 과라니 족이라는 원주민을 교육활동과 영적 지도를 통해 식민세력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전직 노예 상인이자 용병이었던 로드리고 멘도사(로버트 드 니로)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가브리엘 신부를 만나 그와 함께하며 과거의 죄를 참회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식민 지배 세력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두 사람은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식민지 지배자는 원주민을 보호하려는 두 사람을 경제, 정치적으로 위협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그러나 가브리엘 신부와 멘도사는 신앙적 임무를 지키고 과라니 족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파괴적인 식민 세력에 맞서 싸웁니다.
 


지배자인 서양인에게 과라니 족은 사람이 아닌 짐승과 같았습니다. 신부들이 성가를 부르게 해 영적인 존재임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보내 마을을 공격합니다. 멘도사는 무기를 들고 맞서 싸우지만 역부족이었고, 가브리엘 신부는 아이들과 함께 정면으로 행진하다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가브리엘 신부와 함께 비폭력으로 평화 행진을 하는 원주민들까지 학살당한 것이죠. 지배세력과 원주민 중에서 진정한 기독교인다운 이는 누구였을까요?
 
마지막 장면에 요한복음 1장 5절이 나옵니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여담> 원주민과 식민 지배 세력의 갈등을 다룬 다른 영화도 추천합니다. 캐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입니다.

 

늑대와 춤을,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영화 리뷰

1. 늑대와 춤을, 영화 줄거리영화 은 1990년대 고전 명작 영화이자 미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6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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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브리엘 신부의 예수회

가브리엘을 비롯한 영화 <미션>에 등장하는 헌신적인 신부들은 예수회(Jesuit: 제수이트) 소속입니다. 예수회는 음모론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예수회는 특정 교구에 속하지 않는 로마 교황청 직속 남자 수도회라고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이들은 신대륙이나 동아시아에 천주교를 전파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중국에 파견된 마테오 리치도 예수회 소속 선교사이고,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전파하기 시작한 것도 역시 예수회 선교사들입니다. 예수회는 다양한 환경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천주교를 지키는 수호자였지만, 개신교를 비롯한 세력에게는 탐탁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음모의 배후세력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예수회는 종교개혁 시기에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에 의해 창립되었는데, 설립 목적은 '회원 자신의 구원과 모든 인류가 하느님과의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행동양식으로 삼습니다. 창립 이후부터 예수회는 성 이냐시오가 쓴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천주교 특공부대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를 누비며 천주교 전도와 확장에 앞장섰습니다.
 


가브리엘 신부에 의해 천주교 신자가 된 과라니 족은 침략자인 백인보다 더 기독교적인 삶을 살지만, 그들의 전통적인 문화와 생활방식은 바꾸지 않습니다. 이처럼 예수회는 선교 대상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오히려 현지 문화를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봉사함으로써 융화하는 방식으로 선교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깊이 있게 불교를 공부하여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승려들에게 불교학을 가르치는 신부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