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 클래식이란, 클래식 따라잡기
잘 알지 못하는 노래는 왠지 더 시끄럽게 들립니다. 아이돌 음악이 그렇고, 헤비메탈이 제겐 그렇습니다. 클래식 역시 잘 알지 못해서 그런지 제겐 소음 수준으로만 들렸습니다. 그러다 하나 둘 나이란 걸 먹어가며 클래식이 듣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시골의 작은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음악을 전공하신 선생님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으면 큰일 날 일이지만, 미술이나 사회, 무용을 전공하신 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무용 선생님이 담당한 음악 수업은 클래식 감상시간이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을 만난 것도 그때였습니다. 음악을 듣고 감상문을 쓰고 친구들의 감상문을 몇 편 듣는 시간이었는데 아직도 제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클래식이란 걸 따라잡기 위해 처음 시작한 건 인터넷에서 구한 <클래식 명곡 Top 100> 앨범이었습니다. 클래식이란 것이 워낙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다 보니 귀에 익은 선율이 많았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음악이 그 음악인 것 같아서 어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만난 것이 팟 캐스트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입니다. 주로 정보나 뉴스, 시사 위주로 팟 캐스트를 듣곤 했는데 클래식 팟 캐스트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운동할 때나 운전할 때 퍽이나 귀가 즐거웠습니다. 맛깔난 해설과 선곡이 일품이니까요. 30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완주하고 나니 클래식에 대해 좀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젠 '클래식 = 소음' 수준은 벗어났다고 할까요.
피아니스트 조현영의 방송을 마치고 이번엔 안인모의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듣기 시작합니다. 이건 90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들을 게 많아서 당분간 운동과 운전이 더욱더 즐거울 예정입니다. 사회평론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난처한 시리즈>도 재미있습니다. 제게는 인생 책 중 하나인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 미술 이야기>로 시작된 시리즈인데요. 민은기 교수님의 <난처한 클래식 수업>도 끝내줍니다. 총 7권까지 출판되었는데 다 읽지는 못했어도 일단 사서 모아놓고 있습니다. 1권 모차르트, 2권 베토벤까지 수차례 읽고 듣고 있습니다.
요절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예전에 제가 올린 영화 <아마데우스> 글을 확인해보세요.
2. 피아노 배틀과 타임슬립으로 새롭게 만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워낙 다양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이지만 영화에서 만난 클래식도 제겐 참 새로웠습니다. 그것도 홍콩이나 중국 본토가 아니라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제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명성이 자자한 피아노 배틀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요? 피아노 좀 친다는 분들은 아마도 여기 나온 배틀곡인 쇼팽의 <흑건>을 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무수히 받았을 것입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인공으로 연기한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2007년에 개봉되었으며 대만 영화의 부흥을 선도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한국의 <쉬리> 같은 대만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은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 학교를 둘러보다가 신비로운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는 오래된 음악실에서 샤오위(계륜미)를 처음 만납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처럼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을 키워갑니다.
사랑하면 상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처럼 상륜도 샤오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샤오위는 비밀이라는 말만 하며 의미심장하게 미소만 짓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위는 상륜이 다른 여학생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의 곁에서 사라집니다.
사실 샤오위는 20년이나 전에 그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상륜과 처음 만난 오래된 음악실에서 20년 전에 우연히 줍게 된 피아노 악보는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신기한 악보였습니다. 악보에 제시되어 있는 속도대로 치면 미래로 가볼 수 있고, 빠르게 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판타지 악보였던 것입니다.
사라진 샤오위를 찾기 위해 피아노 천재 상륜은 딱 한 번 들어본 그 음악을 빠른 속도로 연주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열린 결말인데요. 아직까지 영화 팬들은 결말에 대해 여러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요? 참고로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주걸륜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언제나 해피엔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3.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새롭게 만난 대만 영화, 대만 로맨스 영화 Top 4 소개
음악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젊은 연인들과 타임 슬립을 통한 미스터리 한 요소까지 두루 갖춰 아직까지 대만 영화의 대명사로 통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 말고도 많은 대만영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4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오늘 소개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주연배우에다 감독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주걸륜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피아노 씬에서 직접 연주할 정도로 수준 높은 피아노 실력도 자랑합니다. 또 많은 남자들을 설레게 했던 대만 청춘스타 계륜미의 청순미는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연출의 퀄리티는 재미를 보장하며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해서 아직까지 최고의 대만 영화는 역시 <말할 수 없는 비밀>로 통합니다.
대만 로맨스 영화 추천 2번째는 <청설>입니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로 청펀펀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두 주인공 펑위옌과 진의함의 연기와 더불어, 순수하고 순박한 대만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수작입니다. 손으로 말하는 양양(진의함)과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티엔 커(펑위엔)의 떨리는 연애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처럼 OST도 많은 사랑을 아직까지 받고 있습니다.
3번째로 추천드릴 대만 영화는 2011년에 개봉된 구파도 감독의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입니다. 학창 시절에 벌어지는 두근두근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얼간이에다 학교 문제아인 커징텅과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가 알콩달콩 키워가는 모두가 소원하는 첫 로맨스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4번째 대만 영화는 2015년에 개봉된 프랭키 첸 감독의 <나의 소녀시대>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전성기인 리즈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꿈을 꿉니다.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다룬 영화인데요. 평범한 소녀와 학교에서 최고로 비범한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대만 여행을 떠나시는 분도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주걸륜과 계륜미의 흔적을 찾아 대만에 다시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포스팅을 오늘도 써 봤네요.
<여담> 타임루프를 다룬 고전 명작 영화와 중화권 무협 영화도 함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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